[오마이뉴스] 방탄에는 275, 개헌은 114명 출석... 이게 국회인가?

지방선거 이후 대대적인 국회개혁운동 필요... 국회 바꾸지 못하면 변화 기대 어려워


2431년 만에 발의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의결정족수(재적 3분의 2192)에 못 미치는 114명의 국회의원만 표결에 참여하는 바람에 '투표불성립'이 됐다.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11명과 정세균 국회의장, 민중당 김종훈 의원, 무소속 손금주 의원만 참석했다고 한다

지난 21일 홍문종 의원과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때에는 무려 275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던 것과 대비된다. 헌법에 따른 개헌안 표결에는 불참하면서, 범죄혐의가 있는 동료 국회의원을 감쌀 때에는 총집결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이다

단지 야당만이 문제가 아니다. 여당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뛰어다닐 때 도대체 무얼 했는가? 여당 국회의원들이 야당 국회의원들을 어떻게든 설득하고 개헌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무얼 했느냐는 말이다. 개헌안이 '투표불성립' 사태를 맞게 된 데에는 여당의 책임도 크다.

물론 야당들은 말할 것도 없다. 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대해서도 '발목잡기'로 일관해 왔다. 지난 326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자, 자유한국당은 얄팍하고 부실한 입장을 당론이라며 내놓았다.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에 대해 제1야당은 조문화된 형태의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 '드루킹 특검' 등으로 정치 쟁점을 형성하면서 개헌을 위해서는 진정성있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는 '꼼수'로 개헌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자유한국당은 6월 말까지 합의해서 10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지만, 국민을 기만하는 얘기이다. 지금까지 합의를 하지 못했는데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6월 말까지 합의를 한다는 말인가? 자유한국당이 10월 개헌 운운하는 것은 개헌을 무산시킨 정치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나머지 야당들도 책임이 크다. 원론적으로 '국회 주도 개헌'을 얘기해 왔지만, 그것을 현실화해 낼 정치적 능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더욱 명확해진 것은 국회에 맡겨서는 개헌도 불가능하고 정치개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스템을 개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묻어가려고 할 뿐, 진정성있게 개헌과 정치개혁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 발목잡기를 하는 제1야당은 물론이고, 나머지 야당들도 말만 할 뿐 실제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없다

이런 국회를 방치해놓고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방선거 이후에는 국회에 초점을 맞춘 대대적인 정치개혁 운동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특권폐지, 선거제도 개혁(표심 그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민참여 헌법개정의 3가지가 핵심이다

과도한 국회의원 특권은 범국민적인 분노의 대상이다. 연봉 15천만원에 그중 상당액은 세금도 안 내는 비과세소득이다. 국회에서 쓰는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입법및정책개발비, 정책자료집발간비 등 각종 예산의 영수증 공개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올 뿐만 아니라, 국회예산으로도 외유성 해외출장을 가고 있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특권만 누리려 하는 행태들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국회를 둘러싸서라도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과도한 특권을 없애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20152월에 중앙선관위도 권고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도 동의하고 있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은 반드시 새로운 선거제도로 치러야 한다

그리고 국민참여 개헌을 해야 한다. 내년(2019)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헌법이 출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193.1 운동이 일어난 직후에 상해임시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로 시작하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만든 지 100주년이 된 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어도 내년 3월까지 개헌을 이뤄내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100년 전에 출발한 민주공화국의 정신을 살려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나가는 2019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국회 스스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할 리가 없고, 국회 스스로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을 이뤄내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이후에는 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국회를 보며 한숨을 쉬는 나라에서 살 수는 없다. 국회를 바꾸지 못하면 우리 삶에 필요한 법률, 우리 삶에 필요한 예산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바꿔야 할 국회라면 이번에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작성: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작성일: 2018.05.25

원문: 방탄에는 275명, 개헌은 114명 출석... 이게 국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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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는 정당득표와 의석배분을 일치시켜 다양한 의회 구성을 보장하는 선거법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초정파적 시민단체입니다. 대표자명: 하승수 고유등록번호: 105-82-75869 후원/강연 문의: 010)2726-2229 이메일: prforum2020@gmail.com 소재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14 태복빌딩 301호 (우:04029)

[하승수의 틈]

‘정권교체와 개혁’ 그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2012년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천막들이 들어서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용산참사 진상규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원전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친 천막들이었다. 이 천막들을 친 사람들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밀려나고 쫓겨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천막농성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천막 안에서도 대선에 대한 얘기들이 떠돌아다녔다. 정권교체가 된들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던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박근혜 당선이었다. 정권교체 실패로 인한 후폭풍은 천막들로 밀려 왔다. 천막이 불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결국 천막은 철거되었다. 더 이상 천막을 칠 수 없도록 중구청이 천막 자리에 화단을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복직을 요구하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려다, 깔개와 비닐마저도 빼앗긴 채 엄동설한을 뜬눈으로 새워야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길도 멀어졌다. 강정 해군기지 공사와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가 강행됐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구속되고 벌금을 맞았다. 경남 밀양에서는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농민 한 분이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정권교체를 외치던 정치인들은 실패의 헛헛함을 따뜻한 방안에서 달랬을지 모르지만,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맨몸으로 폭력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4년여가 흘렀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어 있고, 아마도 한달 후면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또다시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번에도 야당 후보들은 ‘정권교체’를 외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모르겠다. 그들은 정권교체에 실패한들 ‘더 큰 권력을 누릴 기회’를 잃을 뿐이지만,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희망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풍찬노숙을 해 온 이들의 거친 삶은 기한 없이 연장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정권교체도 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정권교체가 된다고 해도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바꿔야 할 것투성이다. 억울함이 흘러넘치고, 불평등과 불공정함, 불합리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정권은 적폐도 청산해야 하고, 개혁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흘러가면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개혁의 골든타임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6개월 정도일 것이다. 그 기간 내에 가시적인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지방선거는 1년 남짓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무대가 될 것이고, 그 선거 이후에는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시민들도 막연하나마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에도 절박하게 매주 촛불을 들고 있다. 이 절박함을 대선후보나 국회의원들이 정말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촛불시민들도 이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바꿔야 할 목록을 뽑아보면 100개가 아니라 200개는 넘을 것이다. 그 모든 개혁들을 해야 하지만, 개혁은 과제를 나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첫 단추는 정치개혁이고, 그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치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개혁과제 하나하나가 암초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결국 입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선을 위해서는 지역구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로 채워져 있는 국회에서, 재벌개혁, 검찰개혁에 정치생명을 걸고 매달릴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가 통과된 지 2달이 되어 가지만, 개혁입법 하나 통과 못 시키고 있는 국회의 꼴을 보면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바꿔서 정당이 책임 있게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혁에 소극적인 정당은 그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개혁과제들이 국회의 핵심 화두가 될 수 있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선거법을 바꾸면 된다.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해법이다. 이렇게 해야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게 되고,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요즘 여러 지역에서 토론의 자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들에게 맡겨놔서 될 일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탄핵이 이뤄지고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개혁의 동력은 촛불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촛불의 힘으로 선거제도 개혁부터 시작해서 숱한 개혁과제들을 밀어붙여야 한다. 아마도 대선 후에는 국회를 포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개혁하지 못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작성: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작성일: 2017.02.05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052045005&code=990100#csidxa63e989696279f2bb6b6d123d631a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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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을 뛰어넘으려면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체제(시스템)의 교체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탄핵이 된 것도 아니고 박근혜·최순실을 만든 시스템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서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혁명이 아니다.


물론 탄핵소추가 성사된 것은 시민의 승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는 견고하지 못하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시스템의 교체는커녕 정권교체도 이루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1987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87년 6월 100만명이 거리에서 최루탄과 맞서서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쳤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겠다는 6·29선언이 나온 후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여당과 야당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8인회의’라는 것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헌법개정안을 만들었다.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했지만,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의 승리자는 군사정권의 한 축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야당은 지리멸렬했고, 시민들이 만들어준 기회마저도 발로 차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시위를 주도하던 세력의 한계도 있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의 주류는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 수 없었다. 더구나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하면서도, ‘결선투표제’처럼 당연히 필요한 제도를 논의하지도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큰 실책이 되었다. 대통령제를 택한 많은 국가들이 이미 도입하고 있었던 결선투표제만 됐더라도, 1987년 12월 대선에서 득표율 36.6%를 얻은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987년 당시에는 국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도 없었다. 1970~1980년대에 민주화가 되었던 스페인, 포르투갈과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은 정당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택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없었다. 결국 지역구 소선거구 선거제도를 택한 결과 국회는 지역주의 정당, 기득권 정당들이 채우게 되었다. 이들은 필요하면 정계개편과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이것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87년 6월 민주항쟁은 ‘미완의 시민혁명’으로 끝났다. 

지금의 상황은 1987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박 대통령은 물러나게 될 것이지만, 그러나 집권세력 교체와 시스템 개혁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정치권은 다음번 대통령을 누가 차지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자기중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집권세력 교체와 시스템 개혁의 전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에 찬성함으로써 ‘박근혜 꼬리 끊기’를 한 새누리당 세력들은 재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의 불씨도 살아있다. 자칫 죽 쒀서 남 줄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촛불이 또 다른 미완의 시민혁명이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특검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신속하면서도 철저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체제가 또 다른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얘기다. 이번에 촛불을 들고나온 시민들의 공통된 마음은 ‘이게 나라냐’는 것이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지금부터는 부패하고 낡은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관한 얘기가 곳곳에서 토론될 필요가 있다.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핵심을 잘 잡아야 하고 순서도 잘 세워야 한다. 시스템 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의 개혁이다. 그래야 정치판을 바꾸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다. 민주주의 역사를 볼 때, 정치판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권고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만 19세로 되어 있는 투표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한편 시스템의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 구조의 청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행정·사법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직접·참여민주주의를 도입하고 확대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소환제도, 국민발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지방분권도 시스템 개혁의 핵심이다. 

한편 개헌논의도 국회에서 할 일이 아니다. 국회 중심의 개헌논의는 결국 대선을 염두에 둔 정략적인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헌은 역사상 최초로 시민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주도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국회는 가만히 있으라.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개헌의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참여 개헌절차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개헌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최근 이런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의 사례도 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미완의 시민혁명이 아니라, 부패한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시민혁명이 될 수 있다. 

작성자: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작성일: 2016.11.16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11205800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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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없으면 수백만 촛불 도로아미타불 될 수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기회로 여기는 인물이 있다. 대한민국의 적폐가 속속 드러나고, 수백만개의 촛불이 광장을 뒤덮는 상황에서 국가의 근간을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도구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하승수(48·사진)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혁의 지향점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민의를 왜곡하는 양당 독식과 재벌의 정치 개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의 전신은 2011년 설립된 옛 비례대표제포럼이다. 전문가들을 넘어 대중을 상대로 정치개혁 운동을 하기 위해 올해 이름을 바꿨다.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교동 본지 사무실에서 하승수 공동대표를 만났다. 꼭 지금이어야만 하는 까닭과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물었다.

"박근혜·최순실이 준 기회"

-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 안엔 대통령 한 사람을 바꿀 게 아니라 이참에 ‘판을 엎자’는 열망도 있다. 알고 보니 지금껏 살아왔던 대한민국이 전혀 민주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판갈이를 하려면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그런 점에서 기회일 수 있다. 어쨌든 크게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수백만개의 촛불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존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수준으로 떨어뜨리라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되레 비례대표가 줄어들고 지역구 의석이 늘어난 상태로 치러졌다.

-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 논의가 실패로 끝났는데.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옛 비례대표제포럼을 포함해 ‘이번에는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중앙선관위 제안에 환호했다. 문제는 제도가 바뀌면 삶이 달라질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여론을 만들지 못했다. 여러 단체가 국회에 압박을 가했지만 결국 기성 정당 이해득실에 맞춰 총선이 치러져 버렸다. 선진적인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중 정당 스스로 개혁을 한 곳은 없다. 대중운동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 현행 선거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나.

“노동자·농민·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표가 사라진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37.5%의 정당 득표율로 과반이 넘는 153석을 차지했다. 지역에서 1등만 차지하면 국회로 가는 소선거구제 탓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가 없다. 민의가 왜곡된다. 국회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지금의 선거제도는 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킨다. 올해 총선에서는 양상이 조금 바뀌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양당 체제는 극단적인 정치를 부른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다당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다. 40% 아래 정당 지지율로 둘 중 하나의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겨우 몇 퍼센트 차이로 대통령이 갈린다. 양당 체제에서는 국가 운영 기조나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다.”

"노동자 정치 제도화하고 재벌 정치 끝장내야"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투표 방식은 지금과 똑같다. 유권자 1명이 지역 출마자에게 1표, 정당에 1표를 행사한다. 그런 다음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 전체 의석을 100석이라고 가정해 보자. A당이 선거에서 30%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30석을 확보했다. 그리고 A당 후보로 지역구에 출마한 사람 중 20명이 당선했다. 그러면 A정당의 전체 의석수 30석 중 지역구는 20석, 비례대표는 10석이 된다. 지역구 선거도 병행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을 국회로 보낼 수 있다.”

- 제도가 바뀌면 어떤 장점이 있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정치를 낳는다. 지금은 거대 양당이 돌아가면서 정권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당제가 들어서면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 정책으로 경쟁한다.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한 정당이 독주를 못하니까 다양한 정당의 연립정부가 구성된다. 다당제로 정치가 불안해지는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는데, 그 반대다. 양당제 국가인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어느 쪽이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나.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면서 노동자와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깊숙이 반영할 수 있다. 복지와 관련한 정책들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정치의 영향력이 감소한다. 특정 정당에 로비를 해 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

"한국형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 조직할 것"

- 모델로 삼아야 할 곳이 있다면.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원래 노동당과 국민당 양당 체제였다. 그런데 노동당이 집권하는 동안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쳤다.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1980년대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이 조직됐다. 광범위한 대중운동이 이어졋다. 그 결과 93년 국민투표를 했다. 53%의 국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했다. 이후 뉴질랜드의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 노조 지위를 강화하는 노동관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민영화 정책이 중단됐다. 저소득층에 각종 수당이 도입됐고, 부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됐다.”

- 정치권에서 불거진 개헌 논란을 어떻게 보나.

“뭘 하든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80년대 영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선거제도로 의원내각제를 했다. 마거릿 대처가 12년을 집권하면서 노조가 파괴됐고, 공공부문은 민영화됐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갈수록 악화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겠다고 헌법만 바꾸면 어떻게 되겠나. 제왕적 총리제가 탄생한다.”

- 비례민주주의연대 활동계획을 소개한다면.

“양당 체제에서는 정치권 스스로가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 여론을 등에 업은 대중운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문가와 정치인 위주로 활동해 온 측면이 있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겠다. 뉴질랜드 선거제도개혁시민연합을 한국에 만들겠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촛불 민심을 모아 유력 대선후보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할 것이다. 대중운동을 통해 2020년 차기 총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도록 만들겠다.”

비례민주주의연대는 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선거제도’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민주노총·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비네)가 함께한다.

인터뷰: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

작성일: 2016.12.05

원문보기 :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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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는 정당득표와 의석배분을 일치시켜 다양한 의회 구성을 보장하는 선거법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초정파적 시민단체입니다. 대표자명: 하승수 고유등록번호: 105-82-75869 후원/강연 문의: 010)2726-2229 이메일: prforum2020@gmail.com 소재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14 태복빌딩 301호 (우:04029)

[프레시안 뷰] 김무성 식 개헌이 위험한 이유
사실 이 글은 문재인만이 아니라, 정치를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쓰는 글이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가 어제(11월 28일) JTBC에 출연했었고, 거기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통해 얘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손석희 진행자의 개헌에 관한 질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내가 본래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사람인데, 지금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차기 대선 이후에 개헌을 논의하는게 옳다고 본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는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서 하고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얘기 자체로 보면 틀린 얘기가 아니다. 탄핵이든 하야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빠르면 내년 봄 이전에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그 전까지 개헌을 한다면 그것은 졸속 개헌이 될 수 밖에 없다.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 지방 분권과 자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내기는 어려운 개헌이 될 수밖에 없고, 오로지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제로 바꾸는 내용의 개헌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얘기는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안이한 얘기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입에서 '이제는 사람의 교체로는 안 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이런 얘기에 동조하면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 개편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김무성같은 정치인이 조기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즉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개헌을 매개로 정계 개편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세력을 모두 '개헌'이라는 강력한 명분으로 모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자신들이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세력'이고, 문재인 전 대표는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인 것처럼 프레임을 짜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현 시점 개헌 반대, 차기 대선 이후 개헌'이라는 원론적 얘기만 하는 것은 자칫 스스로를 '반대' 프레임에 가두고, 상대편에게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이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에서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내세워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얻었던 것처럼, 기득권 정치 세력에 속하는 이들이 '시스템 개혁'을 주장하며 살 길을 찾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시도를 방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정치 개혁을 해 보겠다는 대선 후보라면, 김무성 전 대표가 주장하는 개헌은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기득권 유지'를 하겠다는 것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진짜 시스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상대방이 짜놓은 프레임에 갖히게 될 것이다.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단순 전환하는 것은 시스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의원내각제이지만, '제왕적 총리'가 정치를 좌우했던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는 12년 동안 집권하면서, 영국 시민들의 삶을 악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일본의 아베 총리 역시 장기 집권을 도모하면서 원전 재가동 등 독단적 정치를 펴고 있다. 

기가 찬 것은 이들이 과반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마거릿 대처가 속한 보수당은 1979년 총선에서 43.9%를 얻는데 그쳤지만, 지역구 1위 대표제 선거 제도 덕분에 53.4% 국회 의석을 확보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보수당을 선택하지 않은 56% 유권자들의 의사는 무시당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속한 연립여당도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 46% 남짓 득표했지만, 잘못된 선거 제도 덕분에 68% 의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문제는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선거 제도이다. 민주주의가 잘되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단순히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 제도로 택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에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선거 제도가 이렇게 될 때에, 의원내각제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정당들이 정책을 중심으로 연합해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정책을 중심으로 국회 의정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300명 국회의원 중 253명을 지역구에서 선출하는 선거 제도를 놔두고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것은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아마도 지금 선거제도 하에서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들끼리 자리를 나눠먹는 '권력 나눠먹기'가 성행할 것이다. 총리와 장관 자리를 나눠먹기 위한 이합집산이 거듭될 것이다. 호남당, 영남당만이 아니라 충청당, 강원당도 생길 것이다. 지역구에서 당선이 가능한 기득권 정치 세력만이 국회를 채우고, 세대 대표성, 계급 계층 대표성은 상실한 국회가 유지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의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대의 프레임이 아니라, 혁신의 프레임을 짜야 한다. 광장에 190만 명이 모이더라도, 내년 대선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가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보장도 없다. 

시스템 혁신의 깃발을 엉뚱한 쪽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 진짜 시스템을 바꾸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시민들의 직접·참여민주주의 확대, 획기적인 지방 분권, 특권 개혁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제대로 분산되고, 진정으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을 실현할 수 있다. 

지금은 그 기로에 놓여 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라면, 여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작성: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작성일: 2016.11.29

원문보기 : 문재인, 반대 아니라 '혁신' 프레임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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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민주주의연대는 정당득표와 의석배분을 일치시켜 다양한 의회 구성을 보장하는 선거법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초정파적 시민단체입니다. 대표자명: 하승수 고유등록번호: 105-82-75869 후원/강연 문의: 010)2726-2229 이메일: prforum2020@gmail.com 소재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14 태복빌딩 301호 (우:04029)


득표서 이긴 힐러리의 패배…"문제는 선거제도"

[프레시안 뷰] 52.5% 유권자를 배신한 미국 대선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습니다. 11월 9일 밤은 아마도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에게는 절망의 밤이었을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될 것입니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을 정도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를 끊임없이 듣게 될 것입니다. 참 피곤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때문에도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다른 나라 대통령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 중에 하나는 기후 변화 문제입니다. 지난해 12월 전세계 각국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서 합의한 파리 협정이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최대한 1.5도에서 막자는 목표에 합의를 했는데, 트럼프는 이 파리협정을 깨거나 재협상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 왔습니다. 그러니 지구에 사는 시민으로서, 트럼프 당선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짚을 것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과 47.5% 유권자들의 표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단순 득표 수로 보면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오늘(11월 10일) 아침 8시까지 집계된 득표수를 보면(CNN 개표방송), 클린턴이 5979만6396표를 얻어 47.7%를 득표하고 있고, 트럼프가 5958만9855표를 얻어 47.5%를 득표하고 있습니다. 


▲ ⓒCNN



미국 대선 역사를 보면, 2000년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앨 고어 후보는 조지 부시 후보보다 득표 수에서는 53만7000표 정도 앞섰습니다. 그러나 각 주별로 얻은 대의원 수가 더 중요한 미국의 선거 제도 때문에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조지 부시가 얻었던 득표율은 47.9%였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 제도는 핵심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선거 제도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대의원에 의한 간접 선거 - 주별 대의원 승자 독식(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라는 틀을 유지해 왔습니다.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결선투표제같은 제도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득표 수가 적은 후보가 대통령을 차지하는 기묘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행적인 선거 결과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산업을 철저하게 대변했던 조지 부시로 인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생명들에게 미칠 것입니다. 

그래서 선거 제도가 중요합니다. 잘못된 선거 제도를 인정한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심리에 가까운 것입니다. 선거 제도를 고쳐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착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선거 제도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선거 제도를 고치자는 의견이 높습니다. 2007년 <워싱턴포스트>에서 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 중 78%, 공화당 지지자 중 60%, 무당파 성향의 유권자 중 73%가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 방식으로 바꾸자는데 동의했습니다.


1969년 미국 하원에서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 안이 338대 70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 안은 상원에서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에 의해 좌절되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선거 제도를 개혁하려면, 기득권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숙제가 있습니다. 

선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대한민국에서도 강합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으면서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반에 못 미치는 지지로도 당선되어 100%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지역구 1위 대표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때문에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의석 간에 불비례성이 심합니다. 역대 총선을 보면, 40% 남짓한 득표율로도 특정 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해서, 전횡을 저지른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도 선거 제도를 대폭 뜯어고쳐야 하는 국가입니다. 

어쨌든 도널드 트럼프를 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치하에서 4년간 살아야 하는 52.5%의 미국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삶을 위해, 잘못된 정치 시스템을 함께 뜯어고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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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수의 틈]나도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이 조항은 있었다. 그러나 1968년에 태어난 나는 과연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었나? 최근 최순실·박근혜의 민주주의 유린 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자가 집권하고 있었다. 20살이 될 때까지 나는 자유의 공기를 맡지 못했다. 대학 1학년 때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1987년 12월 전두환의 친구였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노태우의 득표율은 36.6%에 불과했다. 그런데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당시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해서 관철시켰지만,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주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 김영삼이 집권했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민주주의가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했다.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지키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큰 흐름으로 보면 1987년 이후에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재벌개혁을 얘기했지만, 재벌의 힘은 더 커졌다. 언론개혁을 얘기했지만, 기득권을 가진 언론의 힘은 더 커졌다. 행정개혁과 사법개혁을 얘기했지만, 철옹성 같은 행정관료, 사법관료들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통치의 대상이었고, 국가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서 우리 삶은 더욱 나빠졌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예전에는 없었던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되었다. 부와 지위의 세습 현상이 심해졌고,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수저’를 가르는 ‘수저론’이 등장했다.

    급기야 어느 날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최소한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무너졌다.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예산을 주물렀고, 인사에 개입했으며, 불법모금을 했고, 국가적인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미국의 닉슨 대통령보다 100배는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위임한 권력을 엉뚱한 사람들이 행사할 수 있게 한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런 사태를 알고 있었을(몰랐다면 더 문제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물러나야 한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통령을 자기 당의 후보로 내세웠고, 지난 3년7개월 동안 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있었던 새누리당도 사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상황을 수습하는 수순은 이래야 한다. 먼저 야당과 시민사회가 시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석회의에서 중립총리·거국내각 구성도 논의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안하는 거국중립내각은 진정한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일 수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황교안 총리와 장관들의 사퇴를 끌어내고 내각을 구성해야 진정한 의미의 거국중립내각이 된다. 새누리당은 무조건 여기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중립총리·거국내각을 제대로 세운 후에는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국정을 농락한 부분에 대해 거국내각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 사임과 조기 대선 실시가 불가피할 수 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임하면 60일 내에 대선을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립총리와 거국내각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조기 대선을 실시해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물러나는 것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비민주적인 정치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제2의 박근혜, 제2의 최순실이 나올 수 없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석회의는 거국내각 구성 등의 현안뿐만 아니라 정치개혁도 논의해야 한다. 논의해야 할 정치개혁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대부분의 정치 선진국이 택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가 잘되고 부패가 없으면서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국가들은 대부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이 배분되는 선거제도를 갖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존재하는 이상, 결선투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민주공화국으로 가는 전제조건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헌법 개정이다.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체제로는 헌법 1조 1항의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없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 과정을 거쳐 보다 민주적이고 분권화된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리하면, ‘중립총리·거국내각 구성 → 조기 대선 → 선거법 개정 → 헌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2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권력을 가진 쪽에서는 저항할 것이다. 거대야당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수록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은 시민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302042015&code=990100#csidx6c0795589e595dfa77d2502dad6c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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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민주주의연대는 정당득표와 의석배분을 일치시켜 다양한 의회 구성을 보장하는 선거법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초정파적 시민단체입니다. 대표자명: 하승수 고유등록번호: 105-82-75869 후원/강연 문의: 010)2726-2229 이메일: prforum2020@gmail.com 소재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14 태복빌딩 301호 (우:04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