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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연대/기고, 인터뷰

[미디어스]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

개헌 찬반여부 떠나선거제도 개혁 입 모으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개혁과제인 선거제도는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가 열렸다.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한국 선거제도개혁 방안과 개헌의 방향성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발제자, 토론자들은 개헌에 앞서 선거제도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4일 오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 신광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하승수 비례민주연대 공동대표,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책연구원 교수. ⓒ미디어스

발제자로 나선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먼저 선거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 공동대표는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지 30년이 돼 간다. 개인적으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선거제도가 먼저 개혁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구조만 개편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그것을 전제로 개헌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의견을 펼쳤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금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하는데,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 등은 결국 의회로 더 많은 권력이 나눠져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력이 있으므로 분산이 필요하다는 요지로 정리되는데, 의원내각제와 같은 제도들이 권력을 반드시 분산시키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 공동대표는 "이를 선거제도와 맞물려 보지 않으면 왜곡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일본은 자민당 연립여당이 46%를 득표했는데, 의회 의석의 2/3를 차지했다.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깨진 것"이라면서 "(선거제도 개혁이 없는 개헌은) 자칫 제왕적 총리의 탄생을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선거제도는 2가지다. 지역구 1위 대표제인 소선구제와 유럽 복지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비례성이 보장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지역구 1위 대표제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지 않고 특정 정당에 권력이 집중될 소지가 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들어가고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도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평가를 해보면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정치가 훨씬 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다당제 구조가 되고, 연립정부가 구성되고,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경우도 많다. 합의의 정치, 정책중심의 경쟁 이런 것들이 정착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밝혔다.

정당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관건

두 번째 발제자인 신광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은 "2014년 10월 30일 투표 가치 불평등을 이유로 선거법 불합치 판결이 났다"면서 "대폭 지역구 개편이 불가피했고, 이것을 기점으로 선거구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선관위는 권력별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이때 지향했던 것은 지역주의 완화와 정당의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을 일치시켜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석패율제 도입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신광호 과장은 "그러나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선결과제가 있다"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려면 정당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늬만 민주적으로 하고 정당의 소수 실력자에 의해 공천이 이뤄지면 정치를 퇴행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국민적 거부감도 극복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신광호 과장은 "먼저 당원에 의한 후보자 선출을 법률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정당법 등을 통해 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선관위가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시했지만,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공천의 민주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진성당원이 부족하다는 탓만 할 거냐"면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통해 진성당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호 과장은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 과장은 "지구당을 돈먹는 하마로 보고 폐지했는데, 이는 정당의 실력자들이 당원을 정당행사의 들러리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제도 자체는 돈먹는 하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이 직접 당의 정책을 결정도 하고, 후보자 추천권한도 확보하도록 하면 정당의 지역조직은 지역정치의 원천이 된다"면서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정당후원조직을 설립·확보하고 자생력을 키울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4일 오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선거제도개혁 그리고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토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노웅래 의원, 변재일 의원, 이언주 의원. ⓒ미디어스

촛불민심은 개헌이 아니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하승수 대표의 발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거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소장은 "촛불민심이 권력구조 개편 개헌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국민들이 요구한 것은 정치권력, 검찰, 재벌, 언론과 같은 우리 사회 기득권 구조에 대한 전면적 혁파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개혁과 같은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개헌일 때만 국민들이 그 개헌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일본식 병립형 제도이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국민의 선호가 국회 구성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제도"라면서 "의회가 국민의 대표성을 반영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면서 "정치발전이 정책 중심으로 가는 방향을 더 선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를 1987년 헌법 이후 도입된 13대 국회 14만5000명 수준으로 유지는 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의석수를 360석으로 늘려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120석으로 하는 안을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는 그 동안 시민 입장에서 그들만의 리그였고, 별 쓸모가없었다. 그러나 이번 촛불 광장에서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국회의 재발견"이라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서 국회에게 '이거하라'고 요구했던 광장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 시민들이 이렇게 국회의 효능을 각성한 적은 처음"이라면서 "국회가 나서 우리에게 행정부, 검찰, 국정원을 감시할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할 때다. 촛불광장 이후 너무 몸사리지 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개헌에 대한 접근방식이 틀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논설주간은 "개헌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선거의 도구로 이용하는 나쁜 정치의 대표적인 모습이 보인다"면서 "지금은 시기적으로 개헌을 권장해서도 안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의 개인적 퍼스널리티의 문제에서 시작된 것으로, 인격적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헌법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때문이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추종한 집권당의 무능과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근 논설주간은 '헌법에 3권 분립이 명시돼 있고,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게 돼있다.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꾼다고 해소가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 형태가 아닌 어떤 정당체제냐, 양당제냐 다당제냐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의 유연한 분산과 집중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비례대표"라면서 "협력과 대화의 정치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각 당 지도부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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